3대 만성질환 중 하나인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 환자수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2018년 200만 명이었던 고지혈증 환자 수는 꾸준히 늘어 2022년엔 280만 명을 돌파했다. 고령화, 서구화된 식습관 등으로 고지혈증 환자수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문제는 이 같은 증가세에도 치료를 받는 환자수는 여전히 절반이 채 되지 않는 것이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가 발표한 ‘2022 이상지질혈증 팩트 시트’에 따르면 고콜레스테롤혈증 성인의 절반에서 질환이 조절되지 않고 있으며, 절반 정도만이 약제를 복용 중이다.
내분비내과 홍준화 교수(대전을지대학교병원)는 “이상지질혈증을 방치하면 혈관을 망치고 심혈관계질환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라고 말한다. 증상이 없더라도 꾸준한 약물 치료와 주기적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이 홍교수의 설명이다. 다음은 홍준화 교수가 김다인 아나운서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q. 고지혈증, 어떤 질환인가요엄밀하게 말하면 ‘고지혈증’이란 단어보다는 ‘이상지질혈증’이란 용어가 더 정확합니다. 콜레스테롤은 세부분류가 있는데요. 나쁜 콜레스테롤이라고 하는 ‘ldl 콜레스테롤’과 식사의 양에 따라 예민하게 변하는 ‘중성지방’이 혈액 내에 많아진 상태를 고지혈증이라고 합니다. 반면, 우리 몸에는 좋은 콜레스테롤도 있습니다. 혈액 내 ldl 콜레스테롤을 청소하는 ‘hdl 콜레스테롤’인데요. 이는 오히려 혈액 내에 적을 때 문제가 됩니다. 따라서 나쁜 것이 많고 좋은 것은 적은 상태를 종합할 수 있는 이상지질혈증이라는 용어가 의학적으로 더 적합합니다.혈액 내 나쁜 콜레스테롤이 많고, 좋은 콜레스테롤이 적어지면 남아도는 기름 성분들이 혈관 내에 쌓이고요. 이렇게 되면 혈관이 좁아지고 결국에는 혈류가 감소합니다. 우리 몸에 혈관이 지나가지 않는 장기는 아무 데도 없죠. 그러다 보니, 혈류가 감소한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모든 장기가 망가지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특히 심장마비, 뇌경색 등 치명적인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상지질혈증을 중요한 질환으로 간주합니다.
q. 치명적인 이상지질혈증, 왜 생기는 건가요결론은 ‘아직 잘 모른다’입니다. 하나의 원인만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알려졌는데요. 현재 콜레스테롤의 정상 값이라고 정의하는 기준도 예전과 다릅니다. 우리의 식생활 등이 바뀌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표준점을 잡아서 이상지질혈증이 있다고 진단하는 것이죠.여성분들은 좀 억울한 부분도 있습니다. 50대 중반을 넘어서면 자연스럽게 폐경이 오는데요.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콜레스테롤을 청소해 주는 아주 좋은 호르몬인데, 폐경이 오면 이것이 줄어듭니다. 그러면 에스트로겐으로 처리가 됐던 콜레스테롤이 쌓이게 되니까 평소와 같이 먹어도 고지혈증 위험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이어서 여러 심혈관질환들의 위험도 높아지죠.유전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분들도 있습니다. 많이 안 먹고 말랐더라도 유전자에 문제가 있으면 혈액의 기름 성분이 처리가 잘 안 되면서 고지혈증이 나타날 수 있고요. 유전이 명백한 분들은 아주 어려서부터 고지혈증에 시달릴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갑상선 질환, 당뇨병 등의 질환에 의한 이차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q. 이상지질혈증의 진단 기준은 어떻게 되나요고지혈증의 진단은 사실상 아주 일관적이지는 않습니다. 환자분들이 어떤 질병이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인데요. 당뇨병이 있으면 기준이 달라지며, 심장질환이 있는 분들은 기준이 또 달라집니다.일반적으로 질병이 없고, 복용하는 약이 없는 분들의 경우 ‘총 콜레스테롤 수치’를 봅니다. 총 콜레스테롤 수치가 240 mg/dl 이상일 경우, 약물 치료를 하거나 비만한 사례에서는 살을 빼는 등 식이운동 요법을 권장합니다.콜레스테롤의 세부분류도 살피는데요. 혈관을 뚫고 들어가 염증을 잘 만드는 나쁜 콜레스테롤, 즉 ldl 콜레스테롤이 160 mg/dl을 넘어가면 고콜레스테롤혈증(ldl콜레스테롤혈증)으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유럽의 경우에는 100 mg/dl 이상이면 높다고 봅니다. 중성 지방은 입자가 좀 큰 기름덩어리인데요. 위험성이 조금 낮기는 하나, 200 mg/dl 이상 올라가면 높다고 판단하고, 이 역시 고지혈증의 항목에 들어갑니다. hdl 콜레스테롤은 나머지 콜레스테롤을 처리해 줄 수 있는 좋은 콜레스테롤이기에 오히려 좀 높은 게 좋습니다. 일반적으로 60 mg/dl 이상 정도 되면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정도의 인자로 여겨지고요. 40 mg/dl 이하인 경우에는 이상지질혈증으로 진단됩니다.다만, 당뇨병 환자들은 ldl 콜레스테롤이 100 mg/dl을 넘어서면 고지혈증 진단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당뇨병 환자들이 콩팥, 눈, 심장혈관이 안 좋아졌다면 70 mg/dl, 혹은 55 mg/dl도 높은 수준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이상지질혈증은 환자의 상황 또는 동반된 질환에 따라 다양하게 진단 기준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q. 이상지질혈증은 증상이 없다고 알려졌는데요. 혹시, 우리가 알아챌 수 있는 작은 신호나 증상도 없을까요예를 들어서 설명해 보겠습니다. 화장실 세면대에 머리카락이나 이물질이 들어가면 우리는 하수구가 얼마나 막혔는지 알 수 없습니다. 이후 이물질이 쌓여 물이 잘 안 내려가고, 고였을 때야 하수구에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는데요. 우리 몸도 마찬가지입니다. 혈관에 이물질이 쌓여 피가 잘 안 통하면서 심장마비 등이 발생한 후에야 이상지질혈증을 체감하게 됩니다.그럼 하수구에 물이 잘 내려간다면 완전히 깨끗한 상태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어느 정도 머리카락이 있어도 물은 내려갑니다. 우리 몸 역시 혈관에 기름이 조금씩 쌓여도 중간에는 증상이 나타날 수 없습니다. 이처럼 증상이 없기에 이상지질혈증이 위험하다고 하는 것이죠.어려서부터 유전적인 문제로 콜레스테롤이 처리가 되지 않는 경우에는 콜레스테롤의 수치가 일반적으로 높다고 판단하는 기준 보다 약 2배 이상 높은데요. 이 경우에는 눈 주변 피부나 손, 발목 등에 콜레스테롤이 쌓여 황색반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황색반이란 노란색의 피부 병변, 그리고 혹처럼 생긴 것이 인대에 쌓이는 것을 말합니다.일반적으로 이상지질혈증의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심뇌혈관 등의 합병증이 지속된 상태입니다. 따라서,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검사를 혈액검사를 통해 위험도를 확인예측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q. 증상이 없는 만큼, 미리 관리하고 예방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습니다.원인을 찾아 미리 해결해 주는 것이 결국에는 이상지질혈증을 예방하는 길입니다. 과식, 불규칙한 생활 등으로 비만해지며 이상지질혈증이 나타나는 사례가 많은데요. 이 경우라면 비만을 빨리 해결하고, 규칙적이고 과하지 않은 식사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식단의 경우, 특정한 성분만 먹어서 이상지질혈증이 생긴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콜레스테롤마다 차이는 있는데요. ldl 콜레스테롤 같은 경우는 피자, 햄버거 등 포화지방산이 많은 음식을 자주 먹으면 잘 생깁니다. 그럼 ‘기름기를 안 먹었으면 괜찮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중성지방은 주로 탄수화물이나 과일에 의해 쌓입니다. 따라서, 다양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면서 비만을 예방하는 건강한 식단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또, 앞서 고지혈증의 원인 중 하나로 폐경을 말씀드렸는데요. 우리가 폐경을 막을 수는 없지만, 운동식단 관리를 꾸준히 하면 폐경을 2~3년 정도는 늦출 수 있습니다. 사실, 이는 콜레스테롤 수치에 국한되지 않고, 전반적으로 건강을 증진시키는 데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죠. 정리하자면 이상지질혈증을 예방하는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고요. 원인이 되는 상황들을 조금 빨리 찾아 치료관리하는 개념으로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q. 이상지질혈증 약, 한 번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꺼리는 분들이 적지 않은데요.이상지질혈증은 혈액에 ‘기름 쓰레기’가 많은 상태입니다. ldl 콜레스테롤이 가장 위험한 콜레스테롤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이 ldl 콜레스테롤이 ‘얼마나 높은 상태로, 얼마간 누적이 되느냐’를 ‘마일리지’의 개념으로 봅니다.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200mg/dl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160mg/dl 이상이면 높은 상태라고 판단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이 보다 높은 200mg/dl으로 20년을 살면 4,000 마일리지가 쌓입니다. 보통 5,000 마일리지가 쌓이면 심장질환이 생길 위험이 쭉 상승합니다. 이 같은 누적 효과는 ldl 콜레스테롤을 일찍 관리할수록 늦게 만날 수 있고요. 관리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약물치료’입니다.그런데 약물치료에 거부감을 느끼고, 약을 먹었다가 먹지 않았다를 반복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변동이 클 때 오히려 심장질환 위험이 높아진다는 얘기들이 많고요. 앞서 말한 마일리지도 더 일찍 쌓입니다. 따라서, 전문가의 처방에 따라 약을 용법대로, 정확하게 복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만약 약물이 맞지 않는다면 약의 용량이나 종류를 바꿔가며 적정 수준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꼭 의료진과 상담을 통해 결정하시길 바랍니다.
q. 건강기능식품으로 관리하려는 분들이 적지 않은데요. 약 대신 건강기능식품으로만 관리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국내 건강기능식품 중 높은 판매율을 자랑하는 것, 대표적으로 ‘오메가 3 제제’가 있습니다. 이 오메가 3는 이상지질혈증을 치료할 때 많이 처방하는 성분이기도 합니다.다만, 이상지질혈증 치료에 있어 의료진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가장 위험한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줄이는 것인데요. 오메가 3는 이 ldl 콜레스테롤에 대해서는 전혀 효과가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치료는 콜레스테롤을 먼저 잡고, 그다음에 조절이 안 되는 중성 지방이 남아 있을 때 오메가 3나 파이브레이트 제제 등을 추가적으로 처방하죠.만약 ldl 콜레스테롤을 떨어트리는 약은 복용하지 않고, 오메가 3만 복용한다면 중요한 ldl 콜레스테롤은 계속 높아집니다. 아울러, 이상지질혈증 환자에서 치료 효과를 내려면 오메가 3를 일반적인 건강기능식품의 약 2~4배 용량을 복용해야 합니다.오메가3 외에도 시중에서 이상지질혈증에 효과 있다는 다양한 제품성분들을 볼 수 있는데요. 사실, 환자들을 대상으로 ldl 콜레스테롤을 얼마나 떨어뜨리는지 입증한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떨어진다 하더라도 3~5% 정도 떨어지는데요. 병원에서 처방하는 스타틴을 기반한 여러 약제들은 한 알만 먹어도 바로 50% 정도 떨어집니다. 이렇게 좋은 성분들이 있기 때문에 치료를 끊지 말고, 꾸준히 하시길 강조해 드립니다.
기획 = 김다인 건강전문 아나운서도움말 = 홍준화 교수 (대전을지대학교병원 내분비내과 전문의)